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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7-10-13 23:05:00내 어깨에 처음으로 너의 진동이 느껴졌다. 익명_02ddf7 · 조회 762 · 추천 2 · 댓글 5

몸살기운에
가만히 엎드려있던 너를 보았다.

너는, 나의 첫사랑이기전에
모든 이들의 아이였고, 애제자였다.

너의 정수리부근의 머리카락이 흔들거릴 정도로
너를 염려하는 사람들은 너의 주변을 서성였다.

네게 담요를 덮어주던 여자아이,
쵸콜렛통을 주던 친구들,

저 담요조차 그 아이를 감싸는데
나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.

어설픈것은 딱 질색하는 너였으니까
나는 무관심해야 할 뿐이었다.

그것만이 내가 철저히 할 수 있는 것이었다.


너의 짝이었기에 묵묵히 본것이다.
이것은 너를 스토킹하고자 한 게 아니었다.
이것은 너에게만 눈길을 주고, 나에게는 본척도 안하는 그들이 시샘이 나서 그런 것이다.

도도하게 구는 여학생들을, 시시콜콜한 질풍노도의 남학생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나였으면서,
내 자신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합리화를 했다.
무관심해야했으니까.

짝이 된거였는데, 짝남까지 될 줄은 몰랐다.
짝남. 그 단어의 어감은 굉장히 가벼운 은어정도였지만
이렇게까지 아플줄은 몰랐다.

나에 대한 채찍질을 하다보니, 너에게 무관심해질 수 있었다.
하긴, 내가 살아야지.



너는 나를 조용히 불렀다.

시끄럽다고 아프다고 고맙긴한데 조용히 해줬음 좋겠다고



나는 너를 잘알았다.

괜히 으쓱했다.

물을 떠달라했다.

혹시 몰라 물을 떠 놓은 걸 주었다.

너는 나를 잘 알아

라고 말하던 너의 말은, 못 들은 척해야했다.

이것은 아파서 말소리가 적어진 너의 탓이라고.


내가 너를 잘 안다는 것은 나 혼자만 알고싶었다.
웃기게도 너에 대한 욕심은 너한테마저도 뺏기고 싶지 않았다.

약봉지를 털어놓던 너는 잠깐 내 어깨에 기댔다.

교실은 시끄러웠다. 점심시간의 교실안은, 여학생들의 수다로 끊이지 않았다.
운동장 너머에서는 남학생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.


그냥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. 시끄러워 다


라고 너는 말했다. 내 어깨에 처음으로 너의 진동이 느껴졌다.

그치? 너도 그렇지? 왜이렇게 시끄러워... 너 처럼 조용했으면 좋겠어.


평소, 붙임성 없는 성격으로 늘 자책하던 내가,

처음으로 그 성격이 맘에 들었다.

정 힘들면 나한테 옮겨.

나는 가만히 손으로 그 아이를 쓰담었다.

씩씩거리는 너는 알겠다고 대답했다.

한번 더 너의 진동을 느꼈다.

긴가민가했던 너의 진동에 대해 어렴풋이 알수 있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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