#일상1242930번 글 로그인
2019-01-12 03:58:00하루 한 글 익명의러비17 · 조회 62 · 추천 0 · 댓글 0

딱 한잔만 하지 않을래 어쨌든 금요일이니까
술잔 앞에 턱을 괸 채 꾸벅꾸벅 졸지 않을래
발끝을 흔들다 좋아하는 곡의 박자를 맞추고
물릴 때까지 앉았다가 거리로 나서지 않을래
헤프게 쏟아지는 어두운 빛 아래로 나아가다
별것도 아닌 말에 별것도 아니게 웃어버리고
나는 어느 순간 너의 이름도 모르게 되었다가
잡은 손의 온도만을 어렴풋이 기억하게 되어
어지러워지고, 느려지고, 수상하게 서글퍼져

한잔만 더 하지 않을래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
오래전 떨어뜨렸던 것을 찾으러 가지 않을래
유리창 밖 손을 내밀어 빗방울을 어루만지던
추억이 바다가 될 때까지 머물러 주지 않을래
끝도 없이 조각이 난 달빛에 머리를 기울이다
약속하지 말자 하는 또 다른 약속을 해버리고
나는 어느 순간 너의 이름도 모르게 되었다가
잡은 손의 온도만을 어렴풋이 기억하게 되어
깊어지고, 가라앉고, 변덕스럽게도 외로워져

그러니 조금만 더 있어

아주 잠시만 같이 있어

-강은우, 투정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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